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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이익- 그들은 예술을 구웠다 … 스타셰프도 극찬한 그릴 마스터
글쓴이 매일경제 작성일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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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굽기 최고 장인을 가리는 '그릴 마스터 대회'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축산업과 외식업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프리미엄급 고기구이 전문점인 벽제갈비·봉피양이 내부 직원들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그릴 마스터 콘테스트'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공공부문에서는 경기도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새로운 직업 창출 방안이자 그릴러들의 전문성 강화 수단의 하나로 그릴 마스터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벽제갈비가 가장 최근에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가진 그릴러 경연대회는 '제3회 K-BBQ 그릴 마스터 콘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에 열렸다.

벽제갈비에서 운영하고 있는 20여 매장에서 선발된 33명의 직원들이 참여한 콘테스트는 3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분야는 주니어 그릴러와 시니어 그릴러, 마스터 그릴러 등 3개 등급으로 나뉘었고, 이들 중에서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마스터가 선발됐다. 참가자들은 등급별로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렀다.

심사는 위생, 커팅과 색, 온도와 익힘 정도, 평가기준 외 만족도, 메뉴 스토리, 자유 질문 등 6개 기준별로 평가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콘테스트에서는 주니어 그릴러 13명, 시니어 그릴러 8명, 마스터 그릴러 3명이 탄생했다. 이들 중 7명은 기존 그릴러 자격을 유지했고, 나머지 17명이 신규 그릴러로 선임됐다. 영예의 '올해의 마스터'는 봉피양 분당점 점장인 정영란 마스터 그릴러가 차지했다.

정영란 마스터 그릴러는 "고기를 굽는 그릴링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음식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며 "식당에서 아주머니나 이모님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고기굽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그릴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면 더욱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손님들을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릴 마스터로서 고기굽기 노하우를 하나 알려달라는 요청에 정 마스터 그릴러는 "육즙이 살아 있도록 굽기 위해서는 센불에 빨리 구워야 하는 만큼 불 조절이 중요하다"며 "한우와 한돈을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높은 화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참숯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이유"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만 두 차례 그릴 마스터 대회를 열어 그릴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말 파주 임진각에서 축산진흥대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그릴 마스터 대회'에서는 전국 최초의 공식 그릴 마스터가 탄생하기도 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이날 시연에 참여한 전문 그릴러들에게 공식적인 그릴마스터 인증 동판을 수여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릴링 시연이 한우와 한돈 분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됐다. 한우 부문에서는 더우의 송재현 대표, 한식벽제의 김용호 마스터 그릴러, 우텐더의 문영재 셰프, 안성맞춤한우의 한규성 그릴러가 시연을 했다. 한돈 부문에서는 정영란 점장을 비롯해 본화로의 이상원 대표, 인생고기의 변민수 대표, 고반식당 정왕점의 신희용 대표가 시연에 참여했다.

이들이 구운 고기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강레오 셰프, 요리하는 탤런트 조수희 씨, 유병관 바이에른식육학교 대표가 심사를 맡았다.

강레오 셰프는 그릴링에 대한 평가 기준에 대해 "요리사로서 얼마나 청결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고기를 굽는지, 고기를 얼마나 일관되게 구워 손님에게 제공하는지, 그리고 자신만의 요리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주목해서 봤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한우 그릴러들이 구운 고기를 시식하면서 연신 엄지를 들어올렸다. 유병관 대표는 "모든 그릴러들이 굽는 방법이나 밑간을 하는 방식, 소스류 사용법 등에 있어서 모두 창의적인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맛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강레오 셰프는 "오늘 한돈 구이를 먹으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는 웰던으로 익혀 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육 환경이 좋아지면서 오늘 그릴러들은 미디엄에서 미디엄 웰던까지 다양한 굽기로 한돈 맛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숙성이 잘된 한돈을 사용한 데다 그릴러들의 굽기 노하우가 반영되다 보니 돼지고기의 육즙과 풍미가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릴 마스터 대회에 참여한 그릴러들에 대해 경기도는 그릴 마스터를 인증하는 동판을 수여했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이번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축산업과 외식업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특한 고기굽기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라며 "경기도가 앞장서고 있는 그릴 마스터에 대한 관심이 전국으로 확산돼 한국의 고기굽기 문화가 K푸드의 정수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릴 마스터 대회 현장을 찾은 한우 마이스터 김문조 더불어행복한 농장 대표는 "한 달 정도 오래 숙성한 뒤에 칼집까지 내서 양념이 잘 밴 한돈을 맛보았을 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제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고 품질로 승부하면서 문화를 입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그릴 마스터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시장에서 그릴 마스터들이 한돈의 가치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양돈업을 하는 우리 축산업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이에 앞서 지난 4월 개최한 '한우 그릴 페스티벌'에서도 그릴 마스터 대회가 부대 행사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벽제갈비의 고기굽기 장인인 마스터 그릴러들과 축협 안성맞춤한우 그릴러들이 고기굽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채끝등심과 안심을 숯불 화로를 이용해 구우면서 한우 부위에 따라 어떻게 굽는 것이 최고의 맛을 내는지 그 노하우를 소개했다. 특히 최근 들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두툼한 고기를 구울 때 주의할 점을 상세히 설명해 갈채를 받았다.

벽제갈비의 한우명장인 정승구 부장은 정형 발골쇼를 현장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외 각종 행사에서 단골 초청되는 그는 국내 최고의 한우고기 전문가다. 등심과 안심 등 다양한 부위를 어떻게 발라내는지를 있는 그대로 현장에서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한우요리 체험 공간에서는 아동요리 전문가인 방화영 강사가 나서서 수제 한우 햄버거를 함께 만들어 관심을 끌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